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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월에 적는 일상 에세이

@지식창고 2025. 4. 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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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월 하늘이 주는 위로

5월은 하늘이 가장 맑고 푸른 계절이다. 봄의 끝자락, 여름의 문턱. 그 사이에 선 이 계절은 유난히도 포근하고 단정하다. 하늘은 높지도 낮지도 않게 우리의 머리 위를 감싸 안고, 그 아래서 사람들은 제각기 삶의 흐름을 이어간다. 매년 돌아오는 5월이지만, 올해의 5월은 어쩐지 다르게 느껴진다. 20대의 끝자락에 선 지금, 나 역시 그 계절의 한가운데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.

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지 몇 년, 안정보다는 흔들림이 많았고, 설렘보다는 막연함이 컸다.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불안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을 때, 5월의 하늘은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며 말없이 다정함을 건넨다. "잘하고 있어, 천천히 가도 괜찮아."

사실 5월이라는 계절은 어린 시절에는 그저 소풍과 어린이날, 스승의 날 같은 기념일이 많은 재미있는 달에 불과했다. 하지만 어느새부터인가 이 계절은 나에게 '회복'과 '다짐'의 달이 되었다. 벚꽃이 지나간 자리에 연둣빛이 가득하고, 따사로운 햇살 아래 익어가는 나무들처럼, 나도 조금은 자라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.

이맘때가 되면 늘 나에게 묻게 된다. "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?" 눈앞의 현실은 아직 내 꿈과는 조금 다르지만, 나는 여전히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. 5월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짐한다. 올해는 나에게 더 솔직해지자고,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.

요즘 나는 '지속 가능한 나'에 대해 고민한다.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, 오래도록 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. 너무 달리지 않아도 괜찮고,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5월이 가르쳐 주었다.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려 한다. 예전엔 모든 걸 혼자 감당하려 했지만, 이제는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.

다가오는 여름을 준비하며 나는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. 우선, 스스로에게 부드러운 시선을 가지는 연습을 계속할 것이다.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, 나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모색해볼 생각이다. 두 번째는 작지만 꾸준한 루틴을 세워보는 것. 운동, 독서, 글쓰기 등 나를 위한 시간들을 루즈하지 않게 채워보려 한다. 그리고 세 번째, 내 안의 가능성을 믿는 일. 때로는 확신 없이도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,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도 해보고 싶다.

5월의 하늘은 그런 나를 가만히 감싸 안는다. 아무 말 없이도 든든하게, 그리고 다정하게. 하늘을 본다는 건, 결국 고개를 든다는 것이고, 고개를 든다는 건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.

나는 이제 서른을 향해 걷고 있다. 어릴 적 막연히 상상했던 서른의 모습과는 꽤 다르지만,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. 여전히 부족하고 서툴지만, 분명히 성장하고 있으니까. 그리고 이 계절의 위로처럼,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다정한 존재가 되고 싶다. 누군가의 5월 같은 사람이.

그래서 오늘도, 나는 5월의 하늘 아래서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. 더 단단하고, 더 유연하게. 어쩌면 인생은 그저 그렇게 계속 걸어가는 일일 테니까. 하늘이 주는 위로를 안고, 나아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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